さようなら

아이고, 재밌다. 너무 편안히 읽히고 따뜻하고 정겹다. 오쿠다 히데오의 책 정~말 오랜만에 읽는데 그는 역시 뛰어난 소설가다. 전체 이야기를 잘 아우르고 있으면서도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살아있다. 닮고 싶은 인물은 없지만 내 주위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인물들로 익숙한 분위기가 계속된다. 작가를 포함해 그들과 함께라면 일상을 보다 잘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마자와'가 낯설지 않았다. 고령화가 많이 진행되었고 젊은이는 나날이 줄고 있는 시골이 내 동네와 별반 다를게 없기 때문. 야스히코도 그런 상황을 잘 알기에 아들 가즈마사의 결정이 갑작스럽게 느껴진다. 아니면 과거, 도시에서 성공하지 못한 자신이 고향으로 왔던 그때가 떠오른걸까. 무튼 이 작은 동네를 살리고자 열심인 아들이 자신을 이어 무코다 이발소를 운영하려는게 못미덥다.


그렇게 소설은 야스히코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그의 직장이자 마을의 중심인 '무코다 이발소'. 이발소란 장소가 가지는 매력이 있다. 동네 주민들의 쉼터이자 광장이고 때론 이기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야스히코도 이발사란 직업 덕에 동네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이 된다.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시골사람들이 그렇듯 오지랖 넓고 소문은 빠르고 귀찮지만 막상 어려운일이 발생했을땐, 바바 할아버지가 쓰러졌을때 후사에 할머니를 걱정하고, 슈헤이가 도망자 신세가 됐을 땐 그 보다 그의 부모들을 더 챙기는, 정 많은 동네 사람들이다. 


북적북적 참 많이도 등장하는데 '축제가 끝난 후'의 이야기를 보며 장년층의 노후에 대한 걱정이 안타깝고 '중국에서 온 신부'를 보면 장년들을 걱정했던게 민망해 질만큼 다이스케에게 몰입 돼 동네사람들의 배려가 밉기만 하다. 늦은 장가도 중국인 신부도 왠지 자기탓인거 마냥 슬픈 다이스케. 그래도 야스히코 앞에서 줄줄이 속내를 말하는걸 보면 어른들의 두꺼움은 무시할 수가 없구나. 밝은 중국인 신부도 다행이다 싶었다. 당신만이 다이스케를 구원해줄 유일한 신부니까 조금만 간바레 ~ ☆ 


'조그만 술집'은 또 어떠냐. 시골 남자들의 헛튼 로맨스 그 자체를 잘 그리고 있다. 뻔히 보이는 더러운 추태가 처음엔 한심해도 나중에 '으이구, 이 아저씨들아' 하면서 헛웃음이 났다. 이렇듯 이 책 속 에피소드들은 우리네 이야기 처럼 무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처음엔 가즈마사의 도전 전반에 대한 (뻔한) 이야기인줄만 알았는데 야스히코를 따라 그의 과거를 위로하고 동네사람들을 살피고 도마자와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는 지극히 지금의 시골 이야기를 보여줬다. 


어쩌면 아찔한 이야기일 수 있다. 당장 마을인구 감소, 노인 증가, 무기력, 태만 분위기 스멀스멀. 그래서 이들의 오지랖이 다행이다. 가즈마사의 무모함이 감사하다. 무코다 이발소가 있어서 참 마음이 놓인다. 야스히코는 좀 더 아들에게 신뢰를, 슈헤이는 각성을, 세가와는 넓은 마음을 갖길 바라보자. 이 세상 모든 시골 화이팅.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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