さようなら



우리나라에선 재개봉한 이터널션사인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꽤 로맨틱한 배우로 알려져 있고 20대 중후반 30대 초반들의 유년기 시절에 여러 가지로 혼란을 주었던 트루먼 쇼 덤앤더머 덕분에 유쾌한 배우로 자리 잡고 있다. 또렷한 눈매와 188cm의 큰 키는 미남이라 생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지만 부끄러움이란 감정은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닐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얼굴 근육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온 몸을 덜렁이며 연기하는 배우. 굳이 웃기려 들지 않아도 뻔뻔하게 연기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그는 짐캐리다. 올해 54. 우리 아버지와 동갑인 나이에 오빠란 호칭을 선뜻 부르기는 어렵지만 짐캐리에게 홀딱 빠진 사람들에겐 여전히 잘생긴 오빠 그 이상이다. 또 어떤 영화로 우리를 신나게 할까 바랐던 기대와는 달리 최근 24살 연하의 여자 친구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하며 슬픔에 잠겼다. 하지만 24라는 숫자에 한 번, 대수롭지 않은 할리우드 분위기에 또 한 번 놀란 건 사실이다.

 

그는 로맨틱한 배우일까? 코미디언 마냥 뻔뻔하게 연기하는 배우일까? 그 어떤 장르를 맡아도 척척해내는 짐캐리는 더 이상 수식어에 제한이 없어 보인다. 짐캐리의 모든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내가 본 그의 영화들은 대게 다방면으로 멋진 영화였고 짐캐리의 연기만큼이나 오랫동안 내 마음을 헤집어 놓은 것은 다름 아닌 OST였다. 지하철에서 길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듣는 순간 배경 음악이 되어 영화와도 같은 순간을 맛보게 하는 달콤한 OST를 소개한다.






트루먼쇼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많은 이들을 의심병 환자로 만든 영화 트루먼쇼는 코미디 영화의 선수인 짐캐리를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의 영애를 얻게 해준 명작이다. 언론의 양면성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많은 사실주의자들의 지탄을 받은 한편 짐캐리의 연기력과 외모는 절정에 이르러 있다. 트루먼은 크리스토프가 만든 세상을 벗어나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영화 속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트루먼쇼가 끝나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채널을 돌리는 마지막 장면까지 이 영화는 미디어의 양면성에 대해 꽤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진다. 진짜 세상을 나가기 전 우리를 향해 웃으며 명대사를 외치는 짐캐리를 보며 해맑고 긍정적인 트루먼을 볼 수 있었다.






그런 트루먼을 떠올릴 수 있는 OST가 바로 Truman Sleeps이다. 이 곡은 미니멀리즘의 대가라 불리 우는 필립 글래스(Philip M.Glass)의 피아노곡이다. 미니멀리즘 이란 단순화한 주제를 반복의 원칙을 따라 꾸밈없이 심플하게 말하고자 하는 바를 말하는 것이다. 이 곡도 반복되는 피아노 선율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극적인 변화 없이 단순한 음들이 계속해서 나와 지루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오히려 영화에서는 몰입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루먼의 혼란에 좀 더 몰입하고 싶다면 Truman Sleeps을 들어라.






필립모리스


짐캐리는 분명히 로맨틱한 배우이다. 그 사실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준 영화가 바로 필립 모리스다. 우리나라에선 게이를 소재로 한 영화에다가 짐 캐리의 파격적인 게이 섹스 신 때문에 개봉이 미뤄져 그리 많이 알려진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두터운 팬 층에 보답이라도 하 듯 필립모리스 속 짐캐리는 영리한 머리를 통해 사기를 일삼는 스티븐 러셀을 연기한다. 사랑하는 애인과 돈을 위해 경찰복에서부터 정장, 죄수복 까지 변화무쌍한 옷차림처럼 변화무쌍한 말솜씨를 뽐낸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다. 163 IQ로 수십 번의 탈옥과 사기를 친 일은 당시 정부의 큰 골칫덩이였을 것이다. 남자친구를 향한 짐캐리의 애정 어린 눈빛과 손길과 섹시한 근육(?) 보려면 오늘 밤은 필립모리스다.







I Cried Like a Silly Boy. 마치 OST 앨범 자켓 속 노란해변을 걷고 있는 스티븐 러셀과 필립 모리스처럼 여유롭고 뻔뻔한 주인공이 연상되는 곡. 그룹 DeVotchka의 멤버 Nick Urata의 곡이다. 정체 모를 그룹에 속한 정체 모를 작곡가의 곡인만큼 OST에 대한 정보도 가사도 허무맹랑했다. ‘우리는 사랑했었고, 편지를 주고받았고 결국 이별 했지만 브라질 바다는 멋있었다...’ 그래도 이 OST가 등장 할 때 마다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지고 애인에 대한 사기꾼의 무모함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이터널선샤인인


10년 만에 재개봉한 이터널선샤인인은 10년이란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천천히 많은 팬을 양성했고 성공했다. 10년이란 세월동안 사람들은 조엘과 클레멘타인이 되며 사랑과 이별을 반복했을 것이다. 나또한 사랑을 몰랐던 시절 이터널션사인 그저 무덤덤한 영화였다. 하지만 사랑을 한 순간 감독의 판타지성과 별개로 영화는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이 영화는 단순히 사랑과 기억에 관한 영화이다. 하지만 사랑과 기억이란 단어만큼 떼어 놓기 힘든 말이 있을까? 오늘 밤, 리플레이를 누른 순간 주인공들처럼 난 또 영화에 빠져든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등장하는데, 뭐니 뭐니 해도 오프닝 테마의 여운은 다른 곡들보다 오래도록 남아있다. 이른 새벽 눈을 뜬 조엘 지난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 채 침대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또 다시 시작되는 일상의 반복. 이 느낌을 Jon Brion의 곡이 담담하지만 결코 개운하지 않은 느낌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이른 새벽 눈을 감고 천천히 이 곡을 감상해봐라 당신 역시 조엘이 되어있을 것이다.






두 번째 추천 곡은 Electric Light Orchestra (또는 줄여서 ELO) Mr. blue sky이다. 1977년 발매된 7번째 앨범에 있는 수록곡으로 앨범을 몇 개월 간격으로 발매했는지 모르겠지만 오래된 곡임은 분명하다. 곡의 역사(?)에 비해 클래식이 가미된 모던록은 지금 들어도 흥겹고 촌스럽지가 않다. 당시 연주했던 라이브 영상 속 촌스러운 뽀글머리 록커들은 그 시대에 정직한 모습이지만 말이다. 사실 이 ost는 영화 속에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파란 하늘씨 우리는 당신을 기억해요란 가사가 무척이나 와 닿는 발랄한 노래는 주인공들의 질긴 인연과 너무나 어울린다.


 

 3영화 말고도 짐캐리의 다이나믹한 인생만큼이나 다이나믹한 영화가 많다. 난 또 다른 영화를 보며 짐캐리에 OST에 빠져들겠지.. 새로운 영화에선 또 어떤 애절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웃음을 줄지 기대 해보면 짐캐리와 잠시 안늉.